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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67
FIT

참여ㅣ김승환, 이미정, 한지형
기간ㅣ2022년 5월 9일 (월) - 5월 26일 (목)
장소ㅣ제주문예회관 제3전시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선덕로 23)
관람ㅣ 10 - 18시
관람료ㅣ무료
기획/디자인 | PACK
주최 |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주관 | 제주문화예술진흥원, 리사익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
​사진/영상 | PACK
문의ㅣ 064-710-7633

어떻게 경험하면 좋을까

기술의 발전이 빠르다. 발전된 기술로 우리는 다양한 객체의 시점을 상상한다. 온라인 플랫폼의 타인이 개제한 30초 내외의 짧은 동영상을 보며 우리는 겪어보지 않은 장면들을 상상하고 마치 자신의 실제 경험처럼 기억 속에 담는다. 달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NASA에서 쏘아 올린 위성이 찍은 지구 영상을 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행성을 간접적으로 감각한다. 기억은 누군가가 올린 영상에 의해 중첩되고 혼재된다. 가속화된 기술로 촘촘하게 짜인 시스템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매 순간 변화를 마주하는 오늘날 기존의 전시 감상 방식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

기획전시 <FIT>은 가속화된 기술로 운용되는 시스템 속 우리가 시각미술 전시를 어떻게 경험하면 좋을지 고안한 전시이다. 전시장 벽면에 걸린 작품은 단 한 점도 없다. 벽면에 집중해야 했던 관람객의 시선을 전시장 중앙에 넓고 낮게 분포된 두 개의 사선형 가벽체(이하 “그라운드”)로 이끈다. 하얀 벽면의 스포트라이트 조명 역시 임시 무대와 같은 불안정한 그라운드로 방향이 조정되고, 그라운드 하단부 틈으로 간접등을 숨겨 다양한 각도로 빛을 내뿜는다. 총 3개의 층으로 세분화된 개별 그라운드는 보는 주체와 보이는 대상의 이분법적 거리를 형성하는데, 이때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관조’ 행위에서 발생하는 거리두기는 정면에서 거리를 두고 보는 것과 완전히 다른 시점을 제시한다. 시선의 높낮이를 조정해 관람객은 지면에서 발을 떼고 하늘을 활공하듯 그라운드 주변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관찰(observation)’과 ‘사변(speculation)’, 곧 육체와 정신의 눈 운동으로 그라운드에 놓은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김승환, 이미정, 한지형의 작업은 ‘동물의 시점’, ‘사물의 시점’, ‘데이터의 시점’ 등 인간 주체가 아닌 비인간의 시점으로 구현된다.

김승환은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는 것, 예컨대 새와 같은 ‘동물의 시점’을 빌려 일상의 사람들의 모습을 묘사한다. 색연필, 종이, 펠트 등 두텁지 않고 즉각적이거나 가벼운 재료들을 주로 사용하는 김승환의 작품은 지상의 위계와 상공의 자유 영역 간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새의 활공을 연상시킨다. 이번 전시에서 김승환의 드로잉과 펠트 작업은 전시장의 중앙에 자리한 두 개의 큰 사선형 그라운드와 관계를 형성한다. 예를 들어, <Pigeon's View>(2019)는 그라운드에 비스듬히 안착된 듯하면서도 그라운드 틈 사이로 나오는 어스름한 빛의 영향을 받는 한편, 초소형 펠트 작업은 그라운드 틈새에서 바로 걸어 나오는 듯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적극적인 관찰을 요구한다. 그러한 과정 속 관람객은 다양한 각도의 포즈를 취하며 작품이 놓여 있는 위치에 스스로의 몸체를 맞춰 보게 된다.

이미정의 작업은 ‘사물의 시점’에 대해 공상하도록 유도한다. 이미정은 시대적으로 합의된 가치관과 공통의 미감이 담긴 전형의 이미지들을 관찰하고, 이를 평면과 입체 사이의 독특한 ‘회화적 오브제’로 구현한다. 이미정의 회화적 오브제의 파편들은 동시대의 모습을 재현하거나 배반하며 조립되거나 해체되며 단순한 재료가 아닌 무대의 배우가 되기도 한다. <13 curves>(2022)에서 등장하는 자연물의 이미지는 만화 이미지 혹은 일종의 캐릭터 스킨처럼 입체 합판에 씌워진 사물이다. 배우로서 그라운드 구조물의 비탈면에서 솟아나거나 안착된 이미정의 회화적 오브제는 물 옆으로 불이 놓이는 등 자연적 논리에서 유리된다. 이러한 회화적 오브제의 변주가능한 배치는 끊임없는 극시(dramatic poetry, 劇詩)와 같다.

한지형은 인간 신체를 하나의 환경적 공간으로 간주하고, 다양한 사회적, 자연적 이미지들을 자르고 재조합하여 몸의 추상을 이루는 과정을 도모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파생되는 평면 이미지를 이번 전시에서는 ‘데이터의 시점’으로 번역해 본다. 특히 <Species to specular>(2021)와 같은 시트지 작업은 평평한 그라운드와 바닥의 경계를 허물며, 마치 신체가 하나의 생태계로 확장된 듯한 복합체적인 이미지를 구현한다. 아드레날린 운동화, 혓바닥을 내민 개구리, 게임 캐릭터, 3D로 렌더링 된 꽃, 골뱅이 아이콘 등과 같이 인터넷에서 끊임없이 유포되고 소비되는 이미지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 데이터 파편들의 혼합은 어떤 현대사회의 카오스적인 ‘신체’를 가동하는 생명력을 묘사한다.

본 전시는 다양한 시점의 충돌과 개입을 환영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능동적 관람을 제안한다. 참여 작가의 시점을 수렴하는 복합적인 시각 무대 장치로 작동하는 그라운드는 보는 이의 끊임없는 ‘사변’과 ‘관찰’을 통해 자신의 감각을 일깨운다. 무대에 오른 김승환, 이미정, 한지형의 여려 겹에 걸친 다채로운 대화를 읽고 그 대담에 참여하기를 바란다.

글_김희주

이미정_13 curves

이미정_13 curves

나무 위 아크릴, 96x247cm (3piece), 2022

김승환_Pigeons View

김승환_Pigeons View

110x160 cm, 캔버스에 오일 파스텔, 2019

한지형_Species to specular

한지형_Species to specular

가변크기, 디지털 프린트,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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