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
참여작가ㅣ김승환, 이미정, 한지형
기간ㅣ2020년 12월 4일 (금) - 12월 31일 (목)
* 휴관 기간 : 12월 21일 (월) - 12월 25일 (금)
관람ㅣ오후 1-7시, 월요일 및 공휴일 휴관
입장료ㅣ3,000원
사진ㅣ생동 스튜디오
기획/디자인ㅣPACK
주최/주관ㅣ공간사일삼
후원ㅣ서울문화재단
👉 VR 전시 보기 링크 (Click!) @eazel.art
※ 별도의 오프닝 행사는 없으며, 첫날 정시에 오픈합니다.
※ 주차 : (평일) 인근 공영 주차장, (주말) 골목 주차 가능
※ 방문시 방역 지침을 반드시 준수해주시기 바랍니다.
Fit
Artists : Seungwhan Kim, Mijung Lee, Jihyoung Han
Date : 2020.12.4.(Fri.) – 12.31.(Thu.)
* Closed period : 12.21. (Mon) - 12.25. (Fri)
Time : 1-7 PM, Monday & public holiday closed
Ticket : 3,000won
Photo : Saengdong studio
Directing/Design : PACK
Organization : Space Four One Three
Supported by :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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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king: (weekdays) nearby public parking lots, (weekend) alley parking available
※ Please be sure to follow the quarantine guidelines when visiting.
![]() 김승환_Visitorscolor pencil on paper, 10.5x14.8cm, 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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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환_A Nice Dream - Antnon-woven fabric, 5x5cm, 2020 |
![]() 이미정_A corner pieceacrylic on birch plywood, 60x60x8cm, 2020 |
![]() 이미정_Moveable entranceacrylic on birch plywood, 60x90x8cm, 2020 |
![]() 한지형_Biodegradable Land-IVDigital painting, 2020 |
![]() 한지형_Class InclusionDigital painting, 2020 |
근래 인공지능은 사용자에게 인간을 벗어난 시점을 끊임없이 상상하게 한다.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 접속하거나 자율주행차에 탑승하는 경험을 생각해보면 이미 우리는 알고리즘에 접속하는 경험을 실재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는 인간이 대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재조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와 같은 흐름은 코로나19 이후 실제 경험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더욱더 가속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을 경험하는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와중에 미술을 경험하는 오래된 형식인 ‘전시’는 어떻게 새롭게 재정의될 수 있을까? 근미래의 세계에서 달라질 것들과 달라지지 않을 것들 사이에서 여전히 물리적인 시공간에서의 전시 형식이 존재한다면,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 유효한 전시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물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질문을 바탕으로 기획한 2020년 공간 사일삼 주제 기획전시 <맞(Fit)>은 전시 자체를 하나의 시스템이자, 알고리즘으로 혹은 단순히 매체적 단위로 바라보는 태도를 제안하고자 한다. 특히 경험의 차원에서 인간의 사고를 벗어난 탈인간적 주체, 나아가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나 원자의 단위까지 시점의 범위를 확장하여 전시 형식을 재조립해 보고자 한다.
미술 작업을 구성하는 구조를 하나의 알고리즘으로 보았을 때, 이 알고리즘이 구현하는 세계관을 예술가만의 독립적인 시점(orientation)으로 상정하고, 전시를 통해 작품에 접속하는 경로를 재설계해보려는 것이다. 이는 미시적인 차원에서 벌어지는 경험을 통해 모든 사물이 나름의 '의식'을 형성할 수도 있다는 범심론(panpsychism)적 관점을 전시 형식에 적극적으로 대입해보는 것이기도 하다.
전시 <맞>에 참여하는 김승환, 이미정, 한지형의 작업은 인간을 벗어난 제3의 어떤 시점을 형성하고 있다. 본 기획은 이들의 작업을 크게 ‘동물의 시점’, ‘사물의 시점’, ‘데이터의 시점’과 맞닿은 영역으로 분류해보고, 각 작품이 담고 있는 알고리즘을 전시공간을 구성하는 방법론으로 확장한다.
김승환은 'Bird Pit'이라는 계정으로 활동하며 페인팅, 드로잉, 작은 오브제 작업을 통해 새의 시선으로 인간 군상을 내려다보거나, 휴먼 스케일에서 빗겨나간 장면을 통해 인간 시점에 균열을 내는 세계관을 구성해왔다. 이러한 김승환 특유의 시점 전환은 익숙한 것들에서 한걸음 물러나 낯설게 바라보게 하며, 시니컬하면서도 위트있는 형상을 그려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승환의 작업을 '수평적 거리감(Horizontal distance)'으로 번역해본다.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사선형 가벽체는 새의 활강 각도를 직관적으로 연상하도록 설계하였으며, 김승환의 드로잉과 작은 조각이 가벽체와 관계를 형성하며 탄력적인 거리감을 조성한다. 이를 통해 마치 전시장을 활공하는 새의 시점에 탑승한 듯한 경험을 조성한다.
이미정은 시대적으로 합의된 효율과 가치, 공통된 미감을 담고 있는 인테리어 이미지를 적절한 두께로 뽑아내거나 평평한 표면으로 밀어내어 자신만의 사물을 만들고, 이를 여러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일종의 열린 무대 혹은 장면으로 구성해왔다. 이번 기획에서는 평면과 입체 사이를 오가는 이미정 작품의 특성을 3D 프로그램에서 입체감을 다루는 툴인 '익스투르드(Extrude)'와 '푸쉬(Push)' 기능에 빗대어 본다. 전시장에 놓인 가벽체의 비탈면에 매립되거나 기우뚱하게 놓인 이미정의 사물은 평면과 조각 사이 어디쯤에 위치하듯 시점의 좌표를 접어놓으며 낯선 공간감을 형성한다. 이는 이미정의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이미지화 혹은 사물화 과정에 접속하는 방법으로서 제시되며, 관객의 시점을 사선형 가벽체의 비탈면에 달라붙게 한다.
한지형은 데이터 환경을 가상의 회화 실험실로 받아들이고 평면 위에서 이미지가 번성하는 과정을 따라 이미지를 연성하며, 추상 이미지를 통해 예측불가능한 미래의 변화하는 신체 형상의 가능성을 탐구해왔다. 한지형의 작업 과정은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에서 클래스의 정보를 분석해 특정한 객체를 구현하는 리플랙션(Reflection)을 연상시킨다. 데이터 환경에서 그림을 그리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리플랙션일 수 있다고 본다면, 이렇게 객체화된 이미지 데이터는 마치 특정 모델에 텍스처를 입히는 맵핑과도 같이 출력하는 방식에 따라 다른 모습을 띨 수 있다. 본 기획에서는 한지형의 작업을 '리플랙션(Reflection)'과 '맵핑(Mapping)' 기능에 빗대어 본다. 데이터 이미지로서 존재하는 이미지를 전시 공간 천장 전체에 출력(맵핑)하고, 사선형 가벽체의 표면에 이미지를 반사(리플렉션) 시킨다. 이를 통해 마치 모니터 내부 공간에서 바깥을 조망하는 것과 같은 데이터의 시점을 구현하여 관객의 시선이 전시장 내부에 안착하는 것을 끊임없이 교란한다.
이처럼 본 전시는 각각의 작품에 내재한 알고리즘을 기준으로 삼고 적극적으로 전시 환경을 구성한다. 특히 탈인간적 주체로서 동물, 사물, 데이터라는 가상의 시점을 가시화하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다. 이는 그동안의 휴먼 스케일에 맞춰진 오래된 전시의 형식을 재조립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고안하는 일이며, 관객이 동적인 전시 시스템에 탑승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전시장에 몸을 맞춰가며 천장을 올려다 보기도 하고 허리를 숙이거나 경사면과 눈높이의 각도를 조율하며 작품의 시점을 따라서 여러 차원을 활강하는 저마다의 경험을 만들어 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