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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액티브타입 Reactive Type]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 반응하며 형성한 개별 창작자들의 독립적인 활동을 조명하고 이를 이어보는 기획 시리즈이다.

그 두 번째로 열리는 전시 <빌닷 Bildad>은 힙합 뮤지션 이매릭의 음악에 링크를 걸어, 업체eobchae X 윤희준의 신작을 발표한다. 이매릭은 젊은 세대의 불온한 감수성을 다중적 화자의 시점으로 파고든 힙합 믹스테잎 ‘더그레이트어드벤처스오브이매릭(2015)’과 ‘The Miseducation of Imae Rick(2018)’을 만들었다. 김나희, 황휘, 오천석의 콜랙티브인 업체eobchae와 윤희준은 영상을 매체로 웹, 디지털-표면의 환경을 자조적인 태도로 유희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 <빌닷 Bildad>은 이매릭의 믹스테잎을 감상할 수 있는 청음실과, 업체eobchae와 윤희준이 이매릭의 믹스테잎 음원을 장작 삼아 제작한 옴니버스 형식의 세 가지 클립을 상영한다.

[리액티브타입 Reactive Type 2]
빌닷
Bildad

작가ㅣ이매릭, 업체 X 윤희준
기획/글ㅣ김윤익
일시ㅣ2018년 8월 25일 - 9월 9일
관람시간ㅣ오후 1시-7시, 월요일 휴관​
​오프닝 리셉션ㅣ8월 25일 (토) 오후 6시
관람료ㅣ3,000원
 
시각디자인ㅣ리사익
공간디자인ㅣ노경택
사진ㅣ이생
주관ㅣ공간사일삼
후원ㅣ서울문화재단
Artist : Imae Rick, eobchae X Joon June Yoon
Curating/Write : Kim Yun-ik
Date : 2018. 8. 25 (Sat) – 9. 9 (Sun)
Time : 1-7 PM, Monday Closed
Opening Reception : 2018. 8. 25 (Sat) 6PM
Ticket : 3,000KRW
Visual design : Leesaik
Space design : Roh Kyungtaek
Photo : Lee Saeng
Organization : Space Four One Three
Sponsor :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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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전시는 이매릭의 믹스테잎 가사집과 특별 한정판 '빌닷 Bildad' 티셔츠 굿즈를 발매합니다.

*'빌닷 Bildad'  그래픽 레터링 티셔츠는 전시 기간 동안 주문/결제하며 전시 종료 후 7일 이내 일괄 배송합니다. 

* '빌닷 Bildad' 티셔츠 구매좌표(구글폼)
https://goo.gl/forms/vW2mBwUJLz2eqtGu2

서문

김윤익(기획자)

기획전 <빌닷 Bildad>은 힙합뮤지션 이매릭 Imae Rick이 발표한 두개의 믹스테잎  [1_더 그레이트 어드벤쳐스 오브 이매릭(2015)]과 [2_ 더 미스에듀케이션 오브 이매릭(2017)]에서 출발한다. 여기에서 이매릭은 현재에 거주하고 있을 법한 가상 인물들의 시점을 서사적으로 풀어내 한국말의 발음과 어조가 강조되는 특유의 랩핑 위에 올려놓는다. 주로 실패한, 외로운, 분노하는, 고립된, 과시하고 자조하는, 멍청한……. 젊은이, 외톨이, 집착증자, 남성, 취준생, 등으로 대변되는 젊은이들이 겪는 갈등의 상황을 심드렁하고 날카롭게 묘사한다. 마치 자조하듯 스스로 읊조리는 듯한 인물들의 성토를 샘플링한 음원 안에 공고하게 갈아 넣어 씹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매릭은 한국사회의 특정적인 부분을 개토화한다. 게토는 넓은 의미에서는 지역적 테두리 혹은 특정인들이 머무는 거주지를 말하는데, 특히 힙합에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띈다. 흑인 음악인 힙합에서 게토는 미국 사회에서 소수자 빈민가를 배경으로 성장한 흑인 집단의 정체성을 지시한다.

 

“ 막차가 끊겨서 데리러 오라길래 강남으로 나갔어.

어떤 놈팽이랑 물고 빨고 있길래, 순간 나는 열 받아서

가드레일 가드레일 가드레일을 박아 버렸네.”

[1_더 그레이트 어드벤쳐스 오브 이매릭(2015)] 가드레일 中

 

“때 낀 상갓집 개 같은 나완 상관없는 당신은 넓은 집, 누구나 원하는 외제차나 우아한 옷차림 따위로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도 없는 빛 같은 존재요. 고로 당신 덕분에, 음침하고 붙임성 없는 마음이 모쪼록 밝아졌으면 하고 바랄뿐이구료. 달갑지 않은 것들로부터 발가벗겨지고 싶은 바람. 오직 그것 하나일 뿐…….”

[1_더 그레이트 어드벤쳐스 오브 이매릭(2015)] 부 中

 

이매릭은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가사를 쓴다. 어떤 이야기를 하기 위해 가상의 인물을 구성하여 다중적인 시점을 만들어내는 것을 즐기는 듯하다. 트랙마다 특수한 상황에 놓인 화자의 시점을 선명하고 신랄하게 재현하는데 얼마 만큼의 본인의 경험이나 입장이 투영되는 것일지 가늠하는 묘한 긴장감이 깔린다. 이러한 재현이 방식은  하나의 앨범이  마치 짧고 강렬한 여러 개의 옵니버스 영화를 감상하는 것과 같은 기묘한 시각적 갈증을 유발한다.

이매릭의 음악을 들으며 이는 이러한 시각적 갈급히 ‘업체eobchae’의 영상작업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업체는 김나희, 황휘, 오천석이 함께하는 오디오-비주얼 프로덕션이다. 업체는 작년 공간사일삼에서 <(故) 이 괴롬 풀 에디션(2017)>을 발표했는데 그때 봤던 <업로드 유어 데스트니(2017)> 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 전시에서 업체는 가상의 ‘It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분화여 가상의 음악 서바이벌 쇼를 기획하는 설정을 하고, 이 쇼에 등장하는 인물을 프레카리아티스트(프레카리아트+아티스트)로 설명한다. 이 인물은 아무 이유 없이 불현듯 자연 발화하고 이를 기리는 두 가지의 작업 중 하나가 <업로드 유어 데스트니(2017)> 이다. <업로드 유어 데스트니(2017)>에서는 자연 발화한 ‘(故) 이 괴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시 서바이벌 토크 프로그램 음악 쇼를 만들어 웹 데이터상의 쇼케이스를 벌인다. <업로드 유어 데스트니(2017)>가 특히 강렬했던 것은 영상에서 등장하는 이괴롬이 가상의 공간에서 연성된 실재하지 않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이 뚜렷했다는 점이다. 아마도 업체eobchae 멤버들이 각자가 처한 상황이나 부분들을 조금씩 떼어내어 연성한 인물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인물이 실제로 어떤 사람인데 영상에서 다시 재현된 것이 아니라 데이터로만 실존하는 데이터상의 고립된 인물이기에 오히려 더욱 가깝게 만져지는 듯했다. 업체의 이러한 조금 기괴한 설정과 이에 충실한 결과물이 만들어낸 가상의 또렷한 인물 위에 이매릭이 겹쳐져 보였다.

본 기획은 이매릭이 랩으로 만들어낸 화자와 업체가 연성한 캐릭터의 이종교배를 상상하는 것을 토대로 기획되었다. 더 정확히는 업체eobchae가 ‘(故) 이 괴롬’을 연성하였듯이, 이매릭이 만들어낸 화자의 시점을 데이터 차원으로 소환하였을 때의 그 실재감을 경험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들의 이종교배가 평행선을 유지하며 달려나갈 줄 알았던 예상과는 달리 스파크를 튀어내며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는데, 이 예상치 못한 어긋남의 궤적에서 발생하는 관계가 또 흥미진진하게 여겨져 이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5 하지만 자네​가 정말 하느님​을 찾고 전능자​께 은혜​를 간청​한다면,  6 그리고 자네​가 진실​로 정결​하고 올바르다면, 그분​이 자네​에게 주의​를 기울여 자네​를 정당​한 자리​로 회복​시켜 주실 것​이네. 7 자네​의 시작​은 보잘것없더라도 앞날​은 크게 될 걸세. 8 부디 이전 세대​에게 물어보고 그 조상​들​이 찾아낸 것​들​에 주의​를 기울이게나.’ 욥기 8:5~8

 

이매릭의 <The miseducation of Imae Rick(2017)>의 마지막 10번 트랙 ‘빌닷'은 욥기의 빌닷에 투영하여 만든 화자를 통해 과시적이고 오만방자함의 일면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7번 트랙 욥이 이와 대척점을 이루는데, 이매릭은 성서의 욥과 빌닷을 빌어 선과 악의 내적 갈등을 앨범에 담아 극대화하려 했다고 한다. 이러한 구성은 앨범 전체에서 지속해서 보이는데 여러 화자를 통해 모순된 상황 속에서 일그러지는 자아를 들여다보는 것에 이상하리만큼 집착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 그레이트 어드벤쳐스 오브 이매릭(2015)>의 4번 트랙 ‘야갤러의 우울’에서는 더욱 극단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여기에 웹커뮤니티인 ‘일베(일간베스트)’의 모태가 되었다고 알려진 ‘야갤(야구갤러리)’ 이라는 게시판의 사용자를 불러내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피하지 않는다. 자의와 타의의 뒤섞임 속에서 “번식탈락”한 남성의 우울함과 원망의 성토가 음악 내내 진득하게 흘러내리는데 화자의 일그러진 성에 대한 집착과 스스로에 대한 자조를 들여다보는 것이 청자의 심상을 굉장히 불편하게 한다. 이매릭은 이러한 불편한 자아들을 음악을 통해 계속해서 불러내는데, 업체eobchae는 여기에서 반동한다.

업체eobchae는 이매릭의 음악이 이매릭 본인의 왜곡된 남성적 시각의 발현과 별반 다름없다고 간주한다. 이매릭이 본인 음악에서 나타나는 화자와 뾰족하게 거리 두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은 성서를 인용한 몇몇 곡의 가사 속 분리되지 않는 자아의 면모를 보아 결코 화자와 이매릭이 이항 대립하기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판단했다. 이와 같은 전제하에 업체eobchae는 그들이 보는 이매릭의 면면을 연성하기에 이른다. 이의 결과물로 윤희준을 객원 맴버로 데려와 3개의 파트로 구성한 옵니버스 형식의 영상을 제작했다.

 

업체eobchae는 한국인으로서 살아가며 겪는 모멸, 경멸, 자학/학대, 자조/조롱과 같은 양날의 부정적 정념을 다소 신경질적으로 재연, 발산해왔다. 이러한 작업방식은 다른 누구보다도 업체eobchae 스스로에게 우스꽝스러운 것의 심도있는 유머코드를 (재) 생산하는 방식이다. 객원 멤버로 참여한 윤희준 또한 자연스럽게도 업체eobchae와 공유되는 태도의 연장선에서 감지될 수 있다. 이들은 어쩌면 이번 작업을 통해 “한남(한국 남성)”, “K”을 공중에 띄워 놓고 크게 한번 웃어보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전시는 업체가 만든 파트1 <빌닷(2018)>, 파트3 <수태의 셀리고지(2018)>를 이어 프로젝션하고, 공간을 분리하여 그사이에 윤희준의 파트2 영상 <매일밤 음모의 손아귀에 쥐어 흔들릴 벧엘이여(2018)>를 루프 시킨다. 작은 룸에는 이매릭의 믹스테이프를 감상하며 가사집을 볼 수 있다.

파트1 <빌닷(2018)>에서 업체eobchae는 이매릭의 랩핑와 음률을 전자 기타로 번역하는 메탈 버전 스핀오프를 시도한다. 이 해괴한 번역은 랩을 뱉어내는 입과 성대를 매끈한 기타와 줄의 흔들림으로 거칠게 변환함으로써 남성의 자위를 연상시키는 유머를 생산한다. 유사 유투브 광고의 껍데기를 빌려 온 듯한 이 영상에서는 스톡 이미지의 뒤섞인 레이어와 가상의 아시아계 비자발적 독신주의자(쌀독)인 익명의 ‘형’이 등장하며 ‘비독교’의 성토대회에서 한 연설과 이 대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가시화한다. 업체eobchae는 실제로 “인셀(incel, involuntarily celibate)”이라 불리는 비자발적 독신주의의 움직임을 살피며 이와 “한남”의 정서가 놀라울 만큼 닮았다고 한다. 여기서 업체eobchae는 한가지 가정을 해본다.

 

“만약 근거 없는 성적 권리 의식을 서로에게 투사하는 종교 단체가 생긴다면 어떨까? 호모 소셜리티의 점도를 살짝만 높인다면 ‘구더기 같은 사람’이 서로를 정화하는 필터 같은 공동체가 발생하지 않을까?”

 

파트3 <수태의 셀리고지(2018)>는 네이버 사의 인공지능 스피커 ‘셀리'를 이들의 카운터 파트로 삼는다. 업체eobchae가 K-남성, 비독(비자발적 독신주의자)으로 명명하는 어떤 집단, 혹은 개인이 생식의 위기에 마주할 때 드러내는 자가당착적 태도를 인간과 기계와의 본질적인 관계불능 상황에 빗대어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개인 프로듀싱으로 인해 저열한 녹음 상태에 놓인 이매릭의 믹스테이프에서 부정확하게 들리는 가사에 인공지능이 반응하여 또다시 스핀오프 한다. 이매릭의 읊조림과 인공 지능 '셀리'가 다시 따라 읊는 가사 사이에 어긋남, 낙차를 통해 낯선 웃음의 코드를 발견했는지도 모른다.

 

파트2 <매일 밤 음모의 손아귀에 쥐어 흔들릴 벧엘이여(2018)>에서 윤희준은 더욱 적극적으로 자신의 해석을 등장시킨다. 이매릭의 믹스테이프에서의 인물을 하나의 화자로 통합한 후, 이 각 트랙에 등장하는 화자의 독백과 일화를 하루의 일과로 연접시킨다. 그러니까 주관적으로 해독해보면 이런 식인 것이다. “벌건 대낮에 집안에서 나갈 일 없는 그는 해가 드는 창가에 않자 자신만의 창으로 접속한다. 떠도는 근거 없는 영상들, 내 처지를 희롱하는 듯한 저 낯선 외국인은 또 왜 이렇게 나를 자극하는지, 손을 뻗어 자위를 시작해본다. 아 이대로의 시간이 너무 좋다. 이대로 죽는다면 얼마나 우스울까? 좋을까?”

 

업체eobchae와 윤희준은 영상 곳곳에 정체 모를 대상에 대한 반응을 숨겨 놓는다. 그것은 일종의 부비트랩처럼 ‘하하하’ 웃다가도 살짝 기분이 나빠질 만큼만 냉소적인데, 이들은 애초에 무언가를 비난하거나 힐난할 의지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에게 던져진 이매릭의 음악과 그의 화자들은 조금은 난감하고 만지기 꺼려지지만, 어쩌면 꽤나 근거리에 놓여있는 것이었을 것이다.

 

“11 늪​이 없는데 파피루스​가 높이 자라겠는가? 물​이 없는데 갈대​가 높이 자라겠는가?

12 그것​은 아직 싹​이라서 꺾일 때​가 아닌데도 다른 풀​보다 먼저 말라 버릴 것​이네.

13 하느님​을 잊는 모든 자​의 결말​*이 그​와 같으니 불경건​한 자​*의 희망​은 사라져 버리고

14 그​의 확신​은 헛되며 그​의 신뢰​는 거미줄​*처럼 약하다네.”

욥기 8: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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