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곡상
사용자ㅣ김범종
일시ㅣ2015년 11월 14일-12월 19일
오프닝ㅣ11월 14일 오후 5시
관람ㅣ오후 1시-7시 (화, 수, 목 휴관)
관람료ㅣ2,000원
포스터/엽서ㅣ리사익 Leesaik
사진ㅣ김익현
후원ㅣ문래예술공장
(응답)
숲 속이다. 나는 돌연변이 여왕이다. 하지만 항상 어떤 돌연변이들에게 쫒기고 있다. 나에게 살상능력이 없기 때문에 나를 쫒는 그들을 죽이기 위해서는 다른 돌연변이들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나는 내가 원하는 사람과 나의 시선을 공유할 수 있다. 그 능력으로 나를 쫒는 이들에게 일부러 나의 위치를 노출 시킨다. 그리고 그들이 나타나면 나의 동료에게 그들을 죽이도록 명령한다. 순순히 나의 말을 따르는 그들이 나는 이상하다. 나는 느리게 죽음을 받아들이며 물렁해지는 몸의 형태를 바라본다. 나의 동료였던 이를 의식하면서. 이제 그는 나의 적이다. 내가 실은 약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그의 눈에 샘 솟는 의심이 느껴진다. 언젠간 같은 과정을 통해서 내 옆의 동료를 파리지옥 안에 밀어넣고, 지금과 같은 표정으로 물렁해지는 형태를 지켜보게 될 것이다. 나는 불안한 행복을 느끼며 밀도있는 죽음의 시간을 함께한다. 방금 팔이었던 한 물렁이가 툭 떨어진다.
잠이 깬다. 경직되어있던 나의 한 쪽 팔이 아주 천천히 풀어지는 것을 느끼며 ‘이상한 악몽을 꾸었구나.’라고 생각한다. 창밖을 보니 시퍼렇게 새벽이고 그 기분은 한참동안 사지에 남아 저릿거린다.
가끔 어떤 꿈은 현실과 맞물린다. 꿈의 모든 상황과 인물이 마치 현실의 비유인 양 생각되는 것이다.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다. 꿈이라는 것은 원래 그럴수도 있으며 금새 까먹어 버리기 일쑤다. 만약 누군가에게 꿈 이야길 한다해도 금새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깃거리에 불과해진다. 그러나 어떤 꿈은 현실과 격렬하게 맞물린다. 그런 꿈은 당사자에겐 꿈의 모든 인물과 상황들이 마치 자기 자신의 현실인 것처럼 생각 되고, 하나하나 더듬어 보며 오히려 반대로 현실을 꿈에 맞물리려고까지 한다. 물론 자의적 해몽의 과정이 끝난다 하더라도 곧 꿈은 잊혀진다. 끝없이 밀려드는 삶의 파도는 현실을 다시 뭍 위로 건져 올려 놓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과 배고픈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거나 가족들과 대학원 진학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마다 확실히 나는 조금씩 건져 올려지는 느낌이 든다. 나 스스로도 점점 발바닥의 감각을 맹신하게 된다. 심지어 내 머리 위의 발바닥에 대한 감각까지도. 두 눈 앞에서 모순적인 상황들이 버젓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내가 누구인지와는 상관없이 정책이 정해지고 나는 그에 맞춰 살아가야 한다. 얼마 전에 즐거운 행사에 참여하러 가던 길에 시위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게 되었다. 형광색 옷을 입은 전경들이 달려오면서 시위는 완성된다. 바로 앞의 횡단보도만 건너면 가족들이 아이들을 산책시키며 즐거운 휴일을 보내고 있다. 이런 광경에 마비되어 유유히 내 갈길을 재촉할 뿐이지만 정말로 어떤 꿈들은. 건져내진 현실의 바짓춤을 물귀신의 손아귀로 붙잡고 끌려나와 여전히 현실과 관계한다. 저수지의 기억을 힘껏 뿜어 올리며 추억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꿈들이 나와 함께 살고 있다. 오늘, 저수지의 얼굴이 몇바퀴 돌고 돌아 웃음으로 날 마주하는 점심이면 햄버거를 앞에 두고 미궁 속에서 나는 부르르 떨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