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사용자ㅣ이상우
일시ㅣ2015년 9월 12일-26일
오프닝ㅣ9월 12일 오후 6시 
관람ㅣ오후 1시-7시 (화, 금 휴관)
관람료ㅣ2,000원
​포스터/엽서ㅣ리사익 Leesaik

*퍼포먼스를 포함하는 전시입니다.

(응답)

중학교 2학년이 되던 해 나는 남중으로 전학을 갔고 또래들은 자위를 시작했다. 집에 놀러 온 친구가 컴퓨터로 보여준 망가 사이트가 처음 접한 성인물이었고, 덩달아 소라넷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 서랍장에 있던 의료보험증을 몰래 가져와 할머니 주민등록번호로 회원 가입을 했다. 그때 내 취미 중 하나는 학교 체육시간마다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교실에 혼자 남아 컴퓨터로 소라넷 합성 갤러리를 보는 것이었다. 공부를 잘했던 터라 핑계는 잘 먹혔다.

 

하지만 자위는 하지 않았고 나는 그 사실에 우월감을 느꼈다.

 

대구외고에 입학했다.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교였다. 매일 밤 나와 내 룸메이트들은 침대에 누워 같은 반 여자애들을 1번부터 30번까지 차례대로 훑어가며 외모 점수를 매겼다.

나는 학교에 적응을 잘 못 했다. 성적은 바닥이었고 교우관계는 엉망이었다. 당시 나는 자위를 안 한다고 반 아이들에게 넌지시 떠벌리고 다녔고, 딱히 환영받을 언사는 아니었다. 세이클럽 홈피에 야설을 쓰기도 했는데 소문이 퍼져 같은 반 여자애들은 날 꺼리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2학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마음을 나눌 친구는 없었고 성적은 최악이었다. 기숙사를 비워야 하는 토요일이 되면 나는 넋이 나간 채 교문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고, 현관문을 열자마자 옷을 벗기 시작해 곧장 화장실에 들어가 두세 시간 샤워를 했다.

 

그리고 1학기 기말고사를 앞 둔 토요일, 샤워 중 욕조 안에서 처음으로 자위했고 사정했다.

 

그 후 나는 매주 토요일마다 샤워 중 자위를 했고 여전히 학교 또래들에게는 하지 않는 척했다. 그 해 11월 자퇴했다.

자퇴 후 나는 몇 개월을 방 안에 틀어박혀 지냈다. 방 안에서 하는 거라곤 책상 위에 올라누워 천장을 보고 있는 게 다였다. 당시 엄마는 경북대학교 평생 교육원에서 유화를 배워 꽃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인지 종종 미술서적을 사 오곤 했는데 그중 '서늘한 미인'이라는 제목의, 동시대 작가를 다루는 가벼운 책이 있었다. 그 책에서 나는 낸시랭을 보았고 이름이 특이하다는 생각과 더불어 프로필 사진이 엄청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날 밤 처음으로 화장실이 아닌 내 방 베란다에서 낸시랭의 사진을 보며 자위했다.

 

입시를 마치고 서울에 올라갈 때까지 '서늘한 미인' 속 낸시랭 사진은 내 유일한 자윗감이었다.

2010년 대학에 들어갔고 처음 섹스를 했다.

다음 해 할머니는 내가 상근예비역으로 복무하던 중 돌아가셨고, 나는 여전히 중학교 때 만든 소라넷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다.

 

나도 누군가의 자윗감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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