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 대 머리, 파트 투
20년간 한 곳에서 거주한, 서울 태생 작가 공석민(1985-)의 첫 개인전은 작가로서 시작한 시점의 자전적 기록이다. <Head to Head> - 정면승부에 선보인 4점의 영상 작업은 작가의 실생활에서 일어난 사건과 행동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업마다 담긴 각기 다른 행동 패턴은 걸어가는 속도에 맞춰 끊임없이 반복된다. 작가가 선보이는 네 가지 버전의 행동 연작은 시기적 차이를 두고 완성되었다.
공석민은 집 주위를, 작업실 주위를 그저 돌아다닌다. 찌그러진 페트병을 차대면서도(<HEAD to HEAD>), 무의미한 걸레질을 하면서도(<속임의 기술>), 온몸에 긴장을 머금은 채 평행을 유지하며 중앙선을 밟으면서도(<Man on Wire>), 부지런히 손을 놀려 실패의 실을 풀어 내려놓으면서도(<Midnight Drawing>) 결코 걷기를 멈추지 않는다. 평소 걸으며 생각하고, 걸으며 고민을 해소한다는 작가의 습성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걸으며 행위하며 생활의 인상이 점차 더해진다. 게다가 매일같이 작업실과 집을 오가는 생활을 반복하는 와중에 마주친 순간순간은 새로운 작업의 시작이 된다. 순환이 빠른 자잘한 씬들의 연속과 공간상에서 서로 충돌하는 시점이 불러오는 어색한 어긋남에서 파생되는 작업의 리듬감은 유일하게 일관된 작가의 행위 자체를 배경으로부터 고립시킨다(도리어 집중케 한다).
그러나 작업 속 행위의 장면은 물론, 행위의 주인공 자체도 ‘Head to Head’ - 정면승부의 자세를 취하지는 않는다. 정면승부에는 적과 마주치는 순간을 견인해오는 주인공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용한 행위를 마치 수련처럼 반복하는, 주인공다운 것과는 정반대의 공석민이 등장한다. 결코, 행위가 중심이 되는 액션활극처럼 행동과 성취를 작업 안에서 연출하지 않는다. 걸어가면서 반복하는 행위는 그다지 힘을 들이지 않고도 진행이 가능하다. 얼핏 누구라도 생활 속에서 했을 법한 발로 깡통 차기, 중앙선 밟기와 같은 동작들은 특별한 계기로 작동할 만한 독립성이 없는 습관적 행위다. 보다 적극적으로 보이는 걸레질 시늉하기, 실타래 풀기 또한 비어있는 행위로, 실생활에 전혀 반향을 불어 일으키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더더욱 하릴없기는 마찬가지다. 작업 속에서 그는 결과적으로 집과 작업실 사이를 오갈 뿐이다. 그 이동 궤적만이 남아 작업을 채워주고 메꿔준다.
실생활에서 동떨어진 ‘이상한’ 행위를 하는 인물(공석민)의 생뚱한 사이사이를 채우고 우리의 눈을 붙잡고 손잡아 끌어주는 것은 다분히 인칭적인, 사람의 눈높이에 위치한 시선이다. 곁에서 행위의 궤적을 봐주는 누군가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가려진 시간이 작업에 포개지고 그려진다. 각 작업의 쇼트들은 뒤쫓다가 앞서다가 하며 행위하는 인물과 마주치는 순간들을 담아낸다. 그렇게 축적되는 시간과 호흡은 잘라냄의 효과―짧게 끊어 찍힌―를 역으로 구현한다.
작가는 생활을 위한 실질적인 행위를 하지 않으면서도 생활의 인상을 메우는 모습을 연출한다. 작업 속 인물을 통해 우리는 실없게 웃어넘길 만큼 쉽고, 허술하지만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생활의 측면과 맞대면하는 지점으로 그 즉시 소환된다. 그렇지만 이런 인물과 일대기는 우리 시대를 형성하고 있는 여러 조건들을 고려한다면 얼마든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뿐더러, 오히려 존재하는 게 당연하다. 지금도 그는 멈추지 않고 어딘가로 계속 이동한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클릭을 하면 다음 광경이 당겨지는 것처럼 걸음을 옮기는데 익숙해진 우리의 시선은 그를 쫓는다. 그는 개의치 않고 여전히 방향을 등진 채 대걸레를 들고 궁싯 궁싯 뒷걸음질 치며 나아간다.
글_김혜진×이혜진
HEAD to HEAD
사용자ㅣ공석민
기획ㅣ김윤익
일시ㅣ2014년 11월 22일-12월 6일까지
오프닝ㅣ11월 22일 오후 6시
포스터/리플렛ㅣ리사익 Leesaik
글ㅣ김혜진x이혜진



